2023년 4월 수입이 없어도 3년을 버틸 수 있다(고 말만하는)는 얼리 단계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입사 후 두 달 만에 회사가 어렵다는 "캐쥬얼한 올핸즈" 미팅 이후 이직을 준비했고 지금은 다른 회사를 위해 일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을 고민했고 나만의 결론을 도출했다.
아마도 몇년 뒤에 또 스타트업 뽕에 취할 것이고, 그때 정신차리고 내 자신이 냉정하게 판단하는 지표가 되길 바란다. 물론 얼리 스타트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정글이다.
주의!
이 글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매우 편협한 시각으로 작성된 글이다.
이 글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나는 이러한 경험을 하였고 이러한 경험을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길 희망한다.
이 글을 읽는 스타트업 재직자, 대표들은 대부분 나를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이 현실을 알고 선택했으면 한다.
스타트업의 정의
여기서 언급하는 스타트업은 매우 early 단계로 규모와 시스템이 없는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대체로 50인 미만으로 대표이사가 대부분의 권한을 수행하는 곳을 특정한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은 50인 미만으로 4명에서 시작하여 50인이 된 회사나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이기 때문에 인사팀, 총무팀과 같은 직군이 없었다.
단점
Lay off
지금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는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투자보단 안정적인 채권이나 은행으로 돈이 움직인다.
스타트업은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며, 이 투자금으로 회사 운영에 모든 비용을 감당한다.
즉, 당장의 수익이 없는 없기 때문에 개개인의 능력치, 성과와 상관없이 lay off를 통지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 해고가 눈 앞에 왔을 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연봉 삭감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연봉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한 해고 통지를 받았을 때 새로운 회사로 기민하게 이직할 수 있는가? (이것도 채용시장이 얼어붙는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어진다.)
이 두 지점을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 대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동료: 최선과 최악
최악
현재 회사에 와서 이전 회사와 가장 크게 느낀것은 동료이다.
대기업은 많은 검증 방법과 다양한 기준을 갖고 채용하며 채용이 늦어져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원자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도 상당히 검증된 사람을 스카웃해서 모셔온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게 아니다. 회사의 미래를 보고 자신의 커리어를 버리고 오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기회와 타이밍이 맞아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 케이스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최악" 이다.
대기업에서 최악은 대체로 수용할만 하다.
최악의 동료랄것도 없이 대부분이 비슷하며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 하더라도 "왜?" 를 두 세번 물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최악은 상상도 못한 지점으로 들어간다.
"해고" 라는 단어를 쉽게 남발하는 “동료(대표나 매니저가 아니다)”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표에게 해결해달라고 하는 미취학 아동 수준의 동료나
회사 디자인 리소스를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지저분한 것은 젊꼰이다.
잡플래닛, 블라인드에서 회사 리뷰를 보면 가장 쉽게 접하는 단어가 “젊꼰”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유독 스타트업 리뷰에서 많이 나타난다.
특정 동료와 대화하면서 “뭔가 이상한데?” 혹은 “왜 이런 말을 하지?” 라고 느꼇다면 그건 젊꼰이 개입했기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다.
최선
반면 지금 회사에선 이런 상식을 벗어난 동료가 없다.
철저한 보안규정, 그 규정을 인지 시키기 위한 수 많은 온보딩
합류할 동료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검증이 여러 질문을 통해 문맥이 일치하는지 까다로운 기준들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다.
물론 "최선"도 상당히 다르다.
스타트업에서 만난 팀장의 논리력은 내 수준에서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만큼 깔끔하고 신뢰할만 하며, 해외 MAANG 이라 불리는 회사에서 일했던 능력자, 어려운 도메인을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어마무시한 디자이너도 스타트업에서 만났다.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지식을 갖고 회사의 개발팀을 하드캐리하는 수퍼 플레이어도 있다.
좋을땐 다 좋다. 회사가 잘되가고 J커브 곡선을 그리며 미친듯이 성장한다면 이상한 소리를 하는 동료도 괜찮다.
하지만, 나쁜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왜 회사를 다니면서 자살과 같은 가슴 아프고 가족들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하는가? 그것은 감당할 최악을 훨씬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치
나는 단순하게 스타트업에 정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작은 회사에서 도대체 무슨 정치가 생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구조상 정치가 더 쉽게 생길 수 있음을 이번에 알았다.
작은 규모부터 함께 고난을 극복하며 달려온 동료를 신규 입사자보다 더 신뢰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대표라도 동일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즉, 능력보다 짬순이 된다.
그런데 만약 1on1을 통해 대표가 평가를 하는 구조라면?
1on1이라 쓰고 평가라 읽는다.
보통 대표와 팀원이 1on1을 진행하는데 이 미팅이 뒷담화를 위한 1on1 인지 정말 문제를 특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미팅인지 구분하는데 좋은 척도를 알게 되었다.
만약 대표 혹은 매니저가 “xxx님은 어때요?” 라는 모호한 질문을 한다면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빠르게 퇴사하자.
또 하나, 매니저가 나에 대해 다른 팀원에거 “xxx님은 어때요?” 라는 질문을 하고 다녔다면 빠르게 퇴사하자.
이 질문은 매우 모호하며 미팅 대상자로 하여금 다른 팀원을 욕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다.
평가가 아니다.
평가는 평가할 항목에 대해 명확한 질문으로 풀어낸다.
•
xxx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할하게 수행하는가?
•
xxx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
•
xxx는 yyy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지식을 갖추었는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은 질문자도 질문을 받는 대상자도 그 말에 책임을 갖는다.
반면 “xxx님은 어때요?” 라고 물었는데 질문을 받은 사람이 “xxx는 정신병자에요” 라는 식의 상식을 벗어난 답변을 한다면, 이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지만 질문자는 이 평가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이러한 대답을 들을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면 끝이다.
정치, 최악의 동료와 같은 단점이 드러나는 시작은 언제나 1on1 이었다.
대기업은 시스템과 절차가 있다. 나는 이 시스템이 직원을 옭아메는 것이라 생각하여 스타트업을 선택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스템들이 나와 동료를 지켜주는 울타리였다.
장점
연봉
어떠한 기업이든 인재를 모시고 싶다. 하지만 많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작은 회사로 이직할 능력자는 어떠한 대우를 받아야 그 안정적인 회사를 떠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정할까?
나는 면접 이후 받은 연봉이 정말 충격이었다.
왜 나한테 이러한 연봉을 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높은 연봉을 제시받는다.
자유로움
스타트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서 내가 흥미를 느낄 문제를 선택해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의심보단 격려와 지지를 받는다.
대기업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류한 사람이 있다. 대체로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자유 때문에 나의 기술셋이 더 넓어졌다. (물론 깊어지는 건 내가 따로 해야할 일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이 회사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 방법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면 내 성장 속도가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개인적으로 회사가 이러한 수순을 밟는다면 나의 역할과 책임도 더 높아지면서 그 만큼 커진 대우를 받는다.
어렸을 땐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나는 회사가 압도적으로 성장했을 때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이 나의 작은 세계를 깨부수고 더 큰 성장으로 이끄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CEO
내가 스타트업을 창업한다고 가정하자.
1.
나는 어떠한 확신을 갖고 그 확신을 기준으로 멤버를 구성 할 것이다.
2.
그 확신이 회사를 탄생 시켰기 때문에 이 확신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3.
하지만 이 모든 것엔 돈이 필요하다.
대표는 확신을 갖고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고 그 책임을 진다.
즉, 그 만큼 조직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린나이에 경험한 스타트업 대표는 월급을 1~2주일씩 늦게 주었다. 이유는 까먹었단다.(돈 없는게 아님)
직원들에게 욕설을 쉽게 내뱉은 대표도 있었다. (여직원에게 ‘xxx년’ 이란 욕은 진짜 아니지 않나?)
직원이 와서 특정인을 비방하면 팩트와 관계 없이 나서서 대상 직원을 괴롭히기도 했다. (본인이 이용 당할거라는 생각을 못하는건가?)
CEO가 최악이 되면 동료의 최악과 비교도 안되고
CEO가 최선이면 성장은 예측 범위를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어떠한 기준으로 스타트업에 합류해야 할까?
MAANG도 네카라쿠배도 모두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2010년 6월 아이폰이 출시 되면서 생겨난 수 많은 스타트업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에 그루폰이 들어왔었고, 카카오톡에 포함되었던 메모 앱을 기억하는가?
같은 논리로 내가 합류할 스타트업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보단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성장할지 생각하면 좋을것 같다.
1.
내가 IDC에 설치된 MySQL만 사용했던 서버 개발자인데 이 회사에서 redis, kafka, mongodb, cassandra, AWS를 사용하는 기업이다. (업무의 확장)
2.
리딩을 받는 포지션인데 스타트업에서 리드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채용되었다. (업무의 변경)
3.
개발자인데 HR로 채용되어 ‘개발자 채용’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합류한다. (직무의 변경)
4.
매니저로 개발을 안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에서 직접 개발을 하는 포지션으로 합류한다. (직무의 변경)
5.
DB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MySQL, Oracle 과 같은 RDB의 optimizer를 분석한다. (업무의 전문성)
6.
현재 연봉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기회가 생겼다.
7.
오랫동안 특정 했던 사회 문제를 이 회사가 해결하려고 한다. (진로)
8.
내가 창업을 한다.
이러한 필요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회적 성공 혹은 큰 경제적 이익을 원해서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그건 본인 인생을 걸고 도박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그 도박을 했고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나는 내가 창업한다면 모를까 스타트업은 안갈것 같다.